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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악의 문제는 존재하는 악에 관한 문제이다. 기독교에서 신은 전지, 전능, 전선한 존재로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에서 기독교 윤리의 정당성이 발생한다. 그런데 전지, 전능, 전선한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과 존재하는 악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 관계에 있다
무로부터 세상을 창조한 신은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존재이면서 전부이다. 창조 이전의 전체가 전선한 신이라면 악은 어디서부터 유래했는가. 또한 전능한 신은 세상의 악을 왜 존재하게 했는가. 또한 세상을 창조할 때 인간이 악을 행할 사실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창조한 신에게 악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물음을 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의 존재를 부정해야 하거나 적어도 신의 모습을 기독교의 설명과는 다르게 존재한다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악은 믿음에 대한 문제가 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과제는 신에 대한 기독교의 기본 가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세계 내 존재하는 악의 존재를 기독교 신이라는 일원론적 설명으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악에 대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의는 두 단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재로서의 악을 부정하고 선의 부재로 정의하는 것이다. 존재는 선한 신으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선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악은 주체나 존재가 될 수 없다. 세계 내 나타나는 악에 대해서는 존재가 결핍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신 이외에 모든 존재자는 무로부터 창조되었고 완전하지 않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선이 결핍될 수 있다. 특히 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열등한 존재일수록 존재의 결핍이 확대되어 악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왜 전능한 신은 완전한 존재자만을 창조하지 않고 불완전하고 열등한 존재자로 세상을 채웠는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두 번째 단계의 답변은 풍부함의 원리를 통한 해명이다. 부분적으로 나타는 악함, 추함은 전체의 선과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정의하는 것이다. 전 우주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완전한 존재자만 존재하는 것보다 불완전한 존재의 다양성이 더 완전한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악은 선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전 우주적 완전함, 신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정의이다.
이제 아우구스티누스가 얼마나 악의 문제를 해결했는가에 대한 평가를 내려 보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의 문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악의 책임에 관한 문제이다. 기독교에서 악을 행한 자는 심판을 받는다는 기독교 윤리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신의 속성에 기반을 두어 정당성을 얻는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설명에 따라 악이 신의 속성에 내재된 것이 아니더라도 신은 악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악에 대한 정의는 시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의 속성과 신의 악에 대한 책임을 끊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창조할 때 이미 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악의 존재 특히 도덕적 악에 대한 존재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결정된 악에 대해서 도덕적 행위자인 인간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악의 발생을 결정했던 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정당하다. 또 세계의 완전함을 위해 악이 존재한다는 두 번째 정의는 우리 인간이라는 개별자의 도덕적 타락 또한 세계의 완전함에 기여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만든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악이 선한 목적을 위해 존재할 때 악을 악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인간이 행하는 죄는 비판받고 거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축복받고 환영받아야 할 행동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악에 대한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도덕적 악에 대해서 비난한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 도덕적 악에 대한 책임이 신에게 있다면 기독교 윤리의 정당성은 사라진다. 도덕적 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신은 기독교의 기본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므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악에 대한 정의는 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