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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러드 다이아몬드
    카테고리 없음 2021. 3. 10. 20:29

    에드워즈 즈윅 감독의 수작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분쟁 지역에서 전쟁 자금을 목적으로 생산된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불법적인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는 차지하고 극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았던 대니 아처의 출신국인 로디지아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현재 로디지아라는 국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디지아는 1965년부터 1979년까지 아주 잠깐 존재했던 아프리카에 위치한 백인 중심의 국가이다. 현재 로디지아가 사라진 영토에는 짐바브웨라는 국가가 세워져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로디지아가 관심을 받는 것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로디지아는 본래 영국령 남(南)로디지아로 영국의 식민지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더 이상 해외 식민지를 유지할 능력이 없어서 해외 식민지를 독립시키려했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도 영국은 로디지아 독립을 위한 사전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흑인의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상태였다. 당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정당하고 정의로운 국가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당시 식민지인 남(南)로디지아는 500만 명 수준이었는데 그 중 백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5%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불과 5%의 백인이 대부분의 토지와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로디지아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었던 백인 국가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고 흑인은 법적으로 노예에서 해방된 상태였으나 사실 상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문제는 영국의 노동당은 인구 대부분인 흑인이 원하는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즉, 남로디아를 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가로 독립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백인들은 현재 잠비아와 말라위를 제외한 남로디지아 영토를 중심으로 스스로 독립 국가를 세웠다.

    1965년 11월 11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국가 원수로 한 영국 연방의 백인 우월주의 국가를 일방적으로 선포한다. 물론 영국이 백인 우월주의 국가인 로디지아를 인정했을 리는 없고 다른 서방 국가 대부분이 로디지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다. 영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로디지아는 스스로 로디지아 공화국을 1970년에 선포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로디지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함께 시작된 흑인 민족주의 무장단체의 게릴라 투쟁은 로디지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된 로디지아는 앙골라와 같은 포르투칼의 아프리카 식민지와 교류하여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외부의 고립과 함께 로디지아를 위기로 빠트린 흑인 민족주의 무장단체는 흑인의 지지와 소련의 지원으로 날로 강화되었다. 소련은 1960년대 당시 많은 아프리카 식민지에 독립을 지원했다. 물론 지원의 목적은 공산주의 진영의 확대이었다. 소련의 지원으로 흑인 민족주의 단체인 ZAPU(짐바브웨 아프리카 인민 동맹)은 T-55와 같은 전차 등으로 무장하여 로디지아에 대항한다. 인구 대부분인 흑인의 지지와 소련의 지원으로 강력한 무장을 한 게릴라 단체들은 로디지아 정부에 큰 위협이 되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디지아 정부의 노력은 놀라웠다. 인구 5%의 백인이 나머지 95%의 흑인에 대항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모두 군대에 소집되어야 했다. 대부분의 성인이 군대에 소집되었고 흑인 또한 군대에 징집되어야 했다. 놀라운 사실은 흑인이 군대에 징집되는 것은 자의에 의했던 것이었다. 흑인이 백인우월주의 국가에 스스로 지원하는 것은 로디지아의 경제적 구조에 그 배경을 두고 있었다. 로디지아의 경제는 백인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고 흑인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방법은 없었다. 흑인이 경제적으로 출세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통한 방법이 유일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국가 인구 상당수가 군인인 병영 국가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로디지아 정부군은 흑인 민족주의 무장단체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로디지아 정부군은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로부터 용병을 모집하게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그 유명한 로디지아 흑백 내전의 시작이었다. 전세계로부터 유입된 용병들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손실 비율을 보여주며 활약했다. 실제로 이들의 전술은 게릴라 전술과 대 유격 전술의 교본이 되었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들이 이 정도로 강력했던 까닭은 용병의 출신과 관련 있다. 용병들은 대부분 주요 강대국의 특수부대원들이나 베트남전의 베테랑으로 이루어졌다. 로디지아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관계로 용병에게 주어진 보수는 적었기 때문에 용병의 참전 이유는 돈이 아니였다. 용병이 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백인우월주의나 전쟁 자체를 즐기는 전쟁광이었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이들의 정신력은 강력했다. 로디지아의 흑백 내전의 경과는 잔인하게 이루어졌다. 상호 간 포로로 잡힌다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실 곱게 죽는다면 운이 좋은 것이었고 고문과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용병과 정부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양상은 흑인 무장단체 쪽으로 기울어졌다. 먼저 로디지아의 후원자였던 포르투갈 령 앙골라가 독립하게 된다. 지원자의 부재로 로디지아는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게 된다. 또한 내전의 양상 또한 다수인 흑인 무장단체 쪽으로 기울이게 된다.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로디지아 정부는 백인 우월주의를 포기하고 미국과 영국의 중재 하에 흑인 단체와 교섭하게 된다. 교섭의 결과로 로디지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새로운 국가인 짐바브웨 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ZANU의 로버트 무가베는 총리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대통령으로 남아있다.

    로디지아가 패망한 직후 상당수의 백인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고수하고 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탈출하게 된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인공인 대니 아처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탈출한 로디지아인으로 나타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로디지아 군인과 용병들을 가지고 부대를 구성하는데 이 부대가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나오는 백인 용병 부대의 모델인 32대대가 된다. 로디지아의 백인들은 스스로의 아프리카 인으로 생각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일부 로디지아인은 짐바브웨에 남아있게 된다. 짐바브웨에 남은 백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하고 저항하지만 무가베 정권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대부분의 농장을 빼앗기고 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짐바브웨의 자연환경은 상당히 쾌적하다고 한다. 자원 또한 풍부하다. 하지만 내전으로 풍요로웠던 로디지아의 기반은 파괴되었고 무가베 정권의 실정으로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살인적인 수준으로 화폐가 제 역할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한 쪽의 욕심으로 일어난 로디지아의 비극의 결과가 참으로 안타까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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